Text - Skam티아라(@skam_tiara)
- SKAM

- 2019년 1월 1일
- 7분 분량
Evighet
SKAM 티아라
콜렉티벳이 언제부터 이렇게 작아졌지? 이삭은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방을 둘러보았다. 그 때도 이렇게 좁았나. 한 때 제 세상의 전부이자 유일한 도피처였던 침대가 이제 한 손바닥에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작아 보였다. 누라는 저보다 훨씬 깨끗하게 침대를 썼으니 분명 더 넓어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그는 지나치게 반짝거리는 벽면을 살펴보다가 웃었다. 은은하게 퍼진 라벤더 향이 이삭의 코를 건드리는 바람에 케케묵은 추억이 굴러 떨어졌다. 에스킬 취향은 유구하구나.
콜렉티벳. 변한 게 너무나 많은데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그 곳.
“아기 예수야! 내려와서 맥주 옮겨야지!”
그래, 이 곳이 바로 이삭의 첫 번째 집이었다.
*
“이삭! 이삭 발터센!”
이삭은 환하게 웃으며 절친과 또 다른 절친의 목에 팔을 둘렀다.
“얼마 만이냐?”
“어떻게, 살아는 있네, 요나스!”
“이삭! 너는 어째 더 심술맞은 얼굴로 변했냐!”
물론 재회의 기쁨을 담은 포옹은 오래 가지 않았다. 요나스가 마그너스의 자유분방한 조동이를막으려는 시늉을 했지만 이미 떠나간 배였다. 이삭은 눈을 굴렸다. 마그너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다크서클이 더 진해져서 심술맞게 보이는 건 맞잖아?”
“마그너스. 내가 뭐랬어. 이삭을 볼 땐 5살짜리 원생을 대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했잖아.
손에 쥔 사탕을 놓게 하지 않으면서 살살 어르고 달래라고.”
“하지만 이삭 손엔 사탕이 없는데..”
“아이고.”
거기까지가 이삭의 한계였다. 물론 예전에는 진짜로 저런 소리에 골이 나서 하루 종일 마그너스더러 눈치 없는 녀석이라며 갈궜겠지만, 지금 이삭은 –에반의 지속적인 사랑 테라피로 인해- 너무나 부드럽고 말랑해진 상태였다. 이삭은 팔을 풀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아, 무슨 화난 척도 못 하겠네. 너희는 어떻게 변한 게 없냐?”
이삭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마그너스, 마디, 요나스. 세 친구들과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적도 있었다. 지긋지긋했던 적도 있었다. 벗어나고 싶었던 적도 분명 있었다. 추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남아 추억이 되었다. 이삭은 마그너스와 요나스가 유치원에서 똥기저귀를 가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성토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
테라스는 확실히 추웠다. 겉옷을 하나 더 입고 올걸 그랬나, 이삭은 얇은 후드집업 위를 손으로 멋쩍게 쓸면서도 귀가 찢어질 듯 울리는 음악과 광란의 파티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두려워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저 안으로 들어가면 취한 에바나 취한 에스킬의 손에 붙잡혀 몇 잔이고 몇 병이고 몇 박스고 맥주를 들이켜야 할 텐데, 술독에 빠져서 새해를 맞이하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바람이 불었다. 원래도 오슬로가 이렇게 추웠는지 모를 일이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집집마다 화려한 전등이 반짝거렸다.
“Halla.”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단지 낮은 목소리가 귓바퀴에 감기는 느낌이 익숙해서가 아니라, 제 어깨에 묵직하게 놓인 코트에 배인 향이, 딱 이삭이 필요할 때 옆에 나타난 귀신같은 타이밍이, 언제 빨개졌는지도 모를 손가락을 감싸 안는 큰 손바닥이, 전부 에반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열심히 놀다가 왔는지 에반의 볼에 붉은 기색이 돌았다.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짜릿하게 이삭의 몸을 돌았다.
“에비.”
에반은 의자를 끌어당기며 몸을 가까이 붙였다. 가까이 다가온 전용 쿠션에 이삭은 기꺼이 몸을 기댔다.
“보고 싶었어.”
따뜻한 입술이 이마에 닿았다. 이삭은 눈을 살풋 접어 웃었다. 이제는 그런 말들이 놀랍거나 의심스럽지 않았다. 에반이 하는 모든 말이 진심임을 알기에 2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적응하긴 멀었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붉어지는 귀를 굳이 건드리는 에반 덕에 이삭의 홍조는 목까지 번지고야 말았다.
“그걸 꼭 건드려야 할 필요가 있어?”
“귀엽잖아.”
“하여튼. 나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지.”
“넌 나 안 놀리는 것처럼 얘기한다?”
에반의 큰 손이 제 볼을 살포시 잡아당기는 감촉은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제 얼굴을 만질 때와 달랐다. 같을 수가 없었다. 에반은, 언제나 이삭의 기준을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가 적당한 장난인지 알고 있었다. 그의 손길엔 하나도 지나친 게 없었다. 아프지 않지만 뾰로통한 표정을 지을 만큼의 강도로 애정을 담아, 살짝. 그래서 이삭이 제 볼을 잡아당기고 맘대로 늘리는 이 남자에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을래야 지을 수 없도록. 이삭은 결국 미소 지었다. 에반은 따라 웃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이삭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응?”
“외로운 것 같아서.”
아. 가끔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에반은 언제나 자신의 상태보다 이삭의 상태에 더 예민했다. 자기가 잠이 부족한지 안 부족한지, 몇 시간 잤는지도 모르면서 이삭이 행복한 상태가 아니라는 건 잡아낼 수 있는 사람. 이삭은 진지하게 에반이 몰래 독심술을 배운 것은 아닌지 고민하곤 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감정에는 놀라울 정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에 금방 그 가설은 폐기했지만. 에반은 이삭을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자연스레 그의 긴 다리가 이삭의 다리 아래로 들어갔다. 이내 이삭의 시야에 오로지 에반만이 담겼다.
에반은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이삭의 등을 쓸었다. 마치 에반처럼 층층이 쌓인 옷 위로 느껴지는 손의 감촉이 좋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털어놓으라고 종용하지 않고, 그저 안아주고 키스해주는 사람. 이해한다는 말에 에반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거야.
“어떻게 알았어? 나 엄청 시끄럽게 얘기하고 맥주도 많이 마셨는데..”
“너도 내가 웃을 때랑 외로운데 억지로 웃을 때랑 구분 잘 하잖아. 같은 거야.”
이삭은 에반의 목에 살며시 매달렸다.
“그거야, 난 항상 널 보고 있으니까 그렇지.”
“나도 항상 널 보고 있어.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널 보지 않을 수가 없어.”
이런 말 하나하나가 전부 진심인 연인은 유니콘과 같은 환상의 존재라고, 언젠가 빌데가 격렬하게 주장했었는데. 나는 유니콘하고 연애하지롱. 메롱. 이삭은 에반에 취해 몽롱한 뇌가 이상한 데로 굴러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작게 웃었다. 말로 하기 전엔 그저 뜬구름마냥 형체가 없으면서도 이상하게 가슴 속에 끈적이며 남아 기분을 나쁘게 하던 감정이, ‘외로움’ 이라는 에반의 단어 안에 갇히는 순간 너무도 상대하기 쉬운 적으로 변했다. 이삭은 에반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냥. 우리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
“’우리’?”
고개를 갸웃하며 강아지처럼 되풀이하는 에반의 모습이 귀엽지 않게 보이는 날이 오긴 할까?
“아니, 에비. 솔직히 너랑 나는 좀 떨어져서 지내도 돼. 너랑 7시간 이상 떨어져 있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
“내 허벅지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닌데.”
이삭은 어느새 차가운 테라스의 의자를 벗어나 에반의 무릎에 당당히 자리 잡은 솔직한 엉덩이에 한 번 웃었다. 그는 장난스럽게 눈썹을 까닥, 올리고는 몸을 더 가까이 에반에게 붙였다. 에반의 영롱한 파란 눈에 비치는 밤하늘, 그리고 그 눈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로 이삭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맹세컨대 에반은 마법사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까까지 그렇게 꺼내기 어렵던 마음들이 에반의 눈을 마주하자마자 봇물처럼 쏟아져나올 리가 없다.
“어쨌든, 너랑 내가 아니야. 나랑 친구들이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고. 마그너스랑 요나스랑, 여기엔 없지만 마디랑도.”
에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하라는 신호에 이삭은 일단 에반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긴장했을 때 나오는 특유의 제스처에 에반의 손이 다시 이삭의 등을 쓸기 시작했다. 이삭은 잠깐 머뭇거렸다.
“트론헤임으로 이사한 걸 후회한 적은 없어. 그건 분명해. 나는 옳은 결정을 했고, 트론헤임에서 좋은 친구들도 만났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고 있고. 힘들지만 괜찮아. 게다가 트론헤임에서는 대부분 너랑만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
킁. 이삭이 괜히 코를 훌쩍였다.
“아직도 트론헤임에 간 걸 후회하진 않아. 그냥, 방금 요나스랑 마그너스랑 대화를 하면서 느꼈어.”
에반은 느리게 뱉는 이삭의 진심을 기다렸다. 이삭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갑자기 서글퍼졌다. 입 밖으로 내버리는 순간 진실이 될 추측이 두려웠다. 그는 에반의 머리카락을 공연히 쓸어주면서 아주 작게 속삭였다.
“나는 더 이상 걔네와 할 말이 없다는 걸.”
이미 나와의 우정이 우리 넷에게는 과거가 되었다는 걸.
혼자가 되었다는 걸.
이삭은 그 많은 절망적인 확신들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에반은 그 모든 함축적인 의미들을 이해한 듯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에반이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때, 에반이 생각하는 최악을 이삭이 읽어낼 수 있듯이. 에반은 이삭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쓸었다. 이삭은 오히려 가슴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모든 걸 거리낌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위안을 주는 일도 없다는 걸, 이삭은 다시금 깨달았다. 에반은 깊게 고민하다가 문득 말을 꺼냈다.
“이삭. 너 나랑 미카엘이 얼마나 자주 연락하는지 알아?”
이삭의 얼굴이 미묘하게 흐트러지는 것을 에반도 이삭도 막을 수 없었다. 이삭은 자신의 질투에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에반이 너무 매력적인 사람인 걸 차치하고도) 왜 이렇게 난 질투가 많을까? 그나마 에반이 이삭의 불 타는 질투를 무슨 고양이가 주인 앞에서 가르릉대는 것쯤으로 취급하며 귀여워한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에반이 아니었으면 이삭은 지금쯤 차여도 몇 번은 차였으리라. 그의 남자친구는 그저 해맑게 웃으며 이마를 맞댔다.
“좋아, 미카엘이 아니더라도. 내가 엘베바켄에서 친했던 친구들하고 얼마나 많이 연락하게?”
초록 눈이 도르륵 굴러갔다. 이삭은 한 번도 거기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오슬로로 왔을 때도 에반은 이삭 옆에 있었을 뿐 니센에서 사귀었던 친구는 물론이고 미카엘을 비롯한 엘베바켄에서 친했던 친구들도 보러 가지 않았다. 그는 자신 없는 표정으로 답했다.
“자주 안 하나?”
“자주 안 하지. 기껏해야 삼 개월에 한두 번? 나는 SNS도 안 하니까 딱히 연락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에반의 표정에 살짝 쓸쓸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곧이어 감정을 깨끗하게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이삭. 분명히 시간과 거리는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쳐. 우리는 언제나 우리에게 소중한 인연이 끊어지지 않길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람은 변하고 관계는 어느 순간 변해버리지. 그건 자연스러운 거야.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너무나 당연해.”
에반의 눈이 마법 같다면 에반의 목소리는 신기했다. 그가 말하는 모든 것에 집중하게 만드는 낮고 간지러운 목소리.
“그렇지만 어떤 것들은 계속해서 남아. 내가 엘리아스랑 요세프랑 일 년에 한 번씩 연락을 해도 반가운 것처럼, 네가 오랜만에 에스킬을 만났기 때문에 행복한 것처럼.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어.”
이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니센에서 네가 쌓아온 우정은 절대 쉽게 잊혀지지 않아.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아름다워질 거야.”
이삭은 자신 없는 얼굴로 물었다.
“정말?”
“2년 먼저 태어난 인생 선배가 말하는 거야. 믿어도 좋아.”
에반은 여전히 서투른 윙크를 던졌다. 이삭이 본 것 중에 제일 어설픈 윙크였지만, 제일 매력적인 윙크기도 했다. 이삭은 에반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길래 이런 깊은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건지. 에반은 가벼워 보이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았다.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지만 언제나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삭은 그런 에반을 사랑했다. 에반의 모든 면을, 장난기 많은 면, 웃음 하나 없이 진지한 면, 그를 위로해주는 어른스러운 면, 윙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서투른 면, 언제 적 영화에 나왔는지도 모를 대사로 플러팅을 하는 우스운 에반까지도. 이삭은 에반의 목을 감고 깊게 키스했다. 에반은 고개를 기울이며 자연스럽게 키스를 받았다. 가볍게 시작한 키스는 언제나 그랬듯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에반의 코트가 테라스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에반과 이삭, 둘 중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키스를 끊어낸 것은 에반이었다. 이삭은 반쯤 풀린 눈으로 에반의 입술에 반사적으로 다가갔다. 에반은 답례로 이삭의 입가에 몇 번의 키스를 더 얹어주었다. 이삭이 부족하다는 표정으로 에반의 목에 매달려 본인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웅얼거리자 에반은 친절하게도 이삭의 관자놀이에도 몇 번 입술을 꾹꾹 찍어주었다.
“이삭, 그리고 말이야.”
이삭의 어깨에 다시 코트를 올려준 에반은 단단히 이삭의 옷깃을 여며주며 운을 뗐다. 이삭은 눈썹을 올렸다.
“정 불안하면 내가 증명해줄게.”
“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정도 있다는 거.”
몇 년이 흘러도, 우리가 나중에 멀리 떨어지게 되어도, 한 치도 변하지 않고 너를 사랑할 거야. 네가 진짜라고 믿던 모든 것들이 전부 다 틀어지고 사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게 아니라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밝혀져도 나만은 변함없이 널 사랑할 거야.
그렇게 내가 네 곁에, 이렇게, 영원히 너랑 같이 있을게. 이삭.
네가 외롭지 않게.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진지한 태도로 이렇게 고백을 하는 에반에게 이삭이 대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이 남자의 사랑에 보답하는 셈이 될까. 오로지 에반의 진심에서 나온 약속을, 대체 이삭이 무슨 짓을 해야 그의 넘치는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이삭은 언제나 말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취약했다. 그래서 그는 쉽게 차오른 눈물을 숨기고 몸을 기울여 다시금 키스했다. 이삭이 필요한 말만 내뱉는 입술에. 어느 별에서 온 건지 듣기 좋은 약속만 해주는 에반의 그 입술에. 이삭은 깊게 키스했다. 방금 평생을 다 바쳐 자신의 곁에 있어주겠노라 약속한 에반에게 자신의 대답이 들리길 바랬다. 나도, 나도 평생을 널 사랑하며 보내고, 네가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속삭이며 영원히 사랑하겠다 맹세하는 심장 소리를 듣길 바랬다.
에반은 이삭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열렬하게 응답했다.
저 멀리서 새해를 알리는 불꽃이 오슬로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쓸었다. 에반과 이삭은 천천히 입술을 뗐다.
새해가 밝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에반도 이삭도 이것이 영원한 시작임을 알았다.
“Godt nytt år, Angel.”
“Godt nytt år, 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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