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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 Alt er love (@kyrean0317)

  • 작성자 사진: SKAM
    SKAM
  • 2019년 1월 1일
  • 5분 분량



Happy New Year, babies



Alt er love


에반은 유달리 신나 보였다. 술도, 폭죽도, 떠들썩한 분위기도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지만 에반은 지금까지 이삭이 본 것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신나 보였다. 5분에 한 번씩 이삭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게 그 증거였다.


"그렇게 좋아?"


이삭이 묻자 에반이 얼른 다가와 볼에 진하게 입을 맞췄다.


"그걸 말이라고 해."


둘은 몇 달 전 이사한 집의 부엌에 조리대를 가운데 두고 앉아 있었다. 그다지 넓은 집은 아니었지만, 전 아파트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었다. 적어도 친구들이 놀러오면 한 방에 전부 뭉쳐서 잘 정도는 아니었으니까(그런데 넓은 집으로 이사해도 파티하고 나면 굳이 한 방에서 와글와글 모여 자게 되는 건 왜일까?).


이삭은 과일그릇에서 바나나를 집어 들어 천천히 까며 부엌을 둘러보았다. 처음에 이사왔을 때는 깨끗했건만, 지금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 꼴을 보고 기절할 뻔한 이삭에게, 에반은 이게 다 새해 맞이 준비 때문이라며 변명조로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았다. 프라이팬이란 프라이팬은 죄 나와 있었고, 식탁 위에는 발가벗겨진 칠면조에, 금방이라도 터질 듯 빵빵해진 냉장고에는 또 뭐가 얼마나 들어차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냥 요나스네 파티 가겠다고 할걸. 이건 또 언제 다 치울래?"

"나랑 사귀기 전에는 방청소 안 한다고 에스킬한테 매일 혼나던 사람이!"


에반이 눈을 반짝이며 웃다가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우리 셋이 새해를 맞는 건 처음이잖아."


이 말에 이삭도 슬그머니 웃었다. '우리 셋' 이라는 어감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에반의 말버릇은 '우리 셋' 으로 굳어진 지 오래였다. 이것도 에반이 이렇게 들뜬 이유 중 하나겠지.


현재 아기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는, 솔직히 말해 계획된 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계획을 했든 아니든 그게 지금 다 무슨 소용이람. 태어난 지 2분 만에 아기는 아빠 둘을 온전히 제 편으로 만들어버렸고, 두 달째가 된 지금은 주변 사람들까지 몽땅 제 것으로 만들어 버린 터였다. 이제 이삭이나 에반이나 줄리엣 없는 삶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줄리엣은 아직 이유식도 못 먹어. 젖병에 리본이나 달아주면 좋아할 텐데."

"그래도 제대로 된 새해가 뭔지 보여주는 건 나쁘지 않잖아, 투덜이 아빠님."


아까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잔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에반이 입술을 삐죽였다. 이삭은 이쯤에서 그냥 져 주기로 했다.


"그래, 알았어. 대신 제대로 해야 돼. 우리 천사 첫 새해니까 모든 게 완벽해야지."


이에 에반은 '여부가 있겠습니까' 라며 웃음을 터뜨린 후 다시 프라이팬으로 시선을 돌렸다.

줄리엣이 이삭과 에반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일은 흔치 않았기에 이삭은 최대한 에반이 요리하는 앞에 앉아 있으려 했지만, 요리하느라 나는 연기가 주방을 가득 메우자 결국 아기방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똑바로 누워서 곤히 잠든 줄리엣을 가슴에 얹고 토닥이다가 젖내에 취해 깜빡 잠든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이삭은 배에서 묵직한 것이 사라지는 홀가분한 느낌에 잠을 깼다. 밝았던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고, 앞에서는 에반이 칭얼대는 줄리엣을 안고 둥기둥기하며 이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잘 잤어, 투덜이?"


에반이 놀리듯 웃으며 줄리엣을 토닥였다. '투덜이' 가 줄리엣을 말하는 건지 이삭을 말하는 건지는 에반만이 알 일이었다.


"몇 시야?"

"7시. 6시부터 죽 보고 있었는데, 둘 다 정말 곤히 자더라."


이삭은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부엌에서 나던 시끄러운 소리는 멎고, 어느 새 맛있는 냄새가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에반 품 안에서 열심히 바동거리던 줄리엣이 저도 냄새를 맡았는지 작은 코를 찡긋대는 모습에 어린 아빠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천사도 먹고 싶어? 근데 어쩌지, 먹기에는 너무 어린데."

"근데 이거 줄리엣을 위한 새해 만찬이라며. 줄리엣이 못 먹다니 이상하잖아. 에반 아빠가 너무했네, 그치?"


이삭이 장난스레 말하며 식탁 의자를 빼 앉았다. 에반은 놀리는 말에 반박하고 싶기는 하지만 이삭의 말이 사실이기에 할 말을 찾느라 애쓰는 기색이었다. 결국 에반은 툴툴대며 젖병(진짜로 리본을 매달아 놓은 데 이삭은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을 줄리엣에게 물리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식탁 위는 아까 보았던 칠면조를 비롯해(다만 지금은 노릇노릇하게 요리된 상태였다) 이런저런 요리들로 가득했다. 아까부터 계속 꾸중을 들어서인지, 이삭의 눈치를 보던 에반은 이삭이 고기를 한 입 가득 베어물며 웃자 그제서야 환히 웃었다.


"맛있어?"

"네가 한 건 다 맛있어."


이삭이 빵빵하게 부푼 볼을 한 채 대답했다.


이삭과 사귄 뒤 늘 그렇듯, 에반은 제일 늦게 식사를 시작했다. 큰 칼로 이삭이 제일 좋아하는 고기 부위를 잘라내주고, 샐러드를 덜어주고, 이삭이 식사 후 바로 먹을 수 있게 파이를 잘라놓은 뒤에야 에반은 비로소 포크를 들었다. 줄리엣이 태어난 지금은 줄리엣이 잘 먹는지도 지켜보느라 일이 두 배로 늘어 있었다. 물론 그 후로도 이삭이 먹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고 수시로 식탁 너머로 뽀뽀하느라 빨리 먹지는 못했지만.


식사를 마친 후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모두 마친 후 셋이서 소파에 앉았을 때는 이미 밤 열한 시가 다 되었을 때였다. 베란다를 마주보고 있는 1인용 소파에 에반이 앉자 이삭이 줄리엣을 안고 에반에게 안기듯 기대앉았고, 에반은 옆에서 담요를 가져다가 셋 모두를 포근하게 감쌌다.


줄리엣을 내려다보던 이삭이 고개를 뒤로 젖혀 에반의 목덜미에 뺨을 비볐다.


"이러고 있으면 매번 졸려."

"오늘은 일찍 자면 안 되지, 왕자님."


에반이 이삭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랬다.


"네가 이렇게 안아주면 졸리는 걸 어떡해."

"그래? 내가 이렇게 안아주면 졸려?"

"응. 그래서 줄리엣도 네가 더 잘 재우나 봐."


에반은 쿡쿡 웃으며 왼손으로는 이삭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잡아당기고, 오른손으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밖을 열심히 응시 중인 줄리엣의 배를 쓰다듬었다.


눈을 감고 에반의 손길을 즐기던 이삭이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 이번에 좀 놀랐어."

"뭐가?"

"너 이렇게 들뜬 거 처음 봐서."


이삭의 말에 에반은 미소지으며 장난스레 이삭의 귀 뒤를 간질였다.


"애들이랑 같이 안 보내기로 한 것도 놀랐지?"

"응."


이삭이 솔직히 대답했다.


"작년에도 우리 둘이 보내서 올해는 왁자지껄하게 보내고 싶어할 줄 알았어."

"줄리엣을 두고 어딜 가."

"그래도. 다른 사람들한테 맡기고라도 갈 줄 알았어."

"그냥 우리 셋이 보내고 싶었어."


에반이 품에 안긴 두 아기들을 천천히 좌우로 흔들며 대답했다. 이삭은 몽롱해져 가는 정신이 더 흐릿해질 것만 같아 눈을 부릅뜨고 줄리엣을 더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에반의 포근한 향기에 줄리엣의 젖내가 겹치면서 오히려 더 어질어질해지는 역효과만 낳고 말았다.


이삭의 속눈썹이 점점 뺨 쪽으로 떨어지려 하자 에반이 몸을 기울여 이삭의 귓볼을 꽉 깨물었다.


"아앗- 아파, 아파!"

"같이 자정은 넘기고 자야지. 예쁜 눈 색깔 감추지 마. 계속 보여줘."


에반이 띄워주자 이삭은 보조개가 패이는 수줍은 미소와 함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미소를 본 에반이 더 활짝 웃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런 예쁜 미소는 에반 앞에서만 짓는 미소였기에, 에반은 이삭 특유의 미소에 꽤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올 한 해는 정신없었잖아. 졸아도 봐줘야지."

"그렇지. 베비가 제일 고생했어."

"맞아."


몽롱한 상태에서도 이삭은 의기양양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작년 이맘때 이런 예쁜 천사가 찾아올 줄 상상이나 했겠냐고. 작년에는..."


이삭은 벌써 곱슬기가 보이는 줄리엣의 금발을 살살 매만졌다.


"작년 이맘때는 내가 네 안에 있었지.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잖아. 딱 내일은 없다고 외쳐대는 대학생들처럼."


에반이 씩 웃자 이삭이 한 번 흘겨보더니 이내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운 좋은 실수였어."


그 뒤로 편안한 침묵이 이어졌다. 에반과 이삭 둘 다 시선은 밖을 내다보았지만 신경은 서로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작은 손으로 이삭의 손가락을 꼭 붙든 줄리엣조차 칭얼대지 않고 해가 바뀌길 기다리는 듯 밖을 가만히 내다보고 있었다.


긴 침묵 끝에 에반이 불쑥 입을 열었다.


"있지, 나 어렸을 때 늘 이런 걸 상상했었다."


이삭은 에반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거의 감겨가던 눈꺼풀을 끌어올렸지만, 자면서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들으며 졸음을 떨쳐내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뭘?"

"조울증 진단받고 나서 몇 주 간은 정말 내일이 없다는 식으로 살았거든. 그러다가 갑자기 우울한 침체기가 왔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왜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원망만 하는 시기."


에반은 제 목에 파고드는 이삭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손가락에 휘감았다.


"그래도 힘들 때마다- 그러니까 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약을 먹어야 할 때마다 꼭 했던 생각이 있어. 운 좋으면 나도 나중에 포근한 가정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이삭은 에반을 달래듯 에반의 목에 입술을 대고 비볐다. 기분 좋은 흐응 소리를 내자 전해지는 울림에 에반이 기분 좋게 이삭의 손을 끌어다 입을 맞추었다.


"운이 좋았지."

"그런 거라면 나도 있어."


이삭이 담요를 물려고 하는 줄리엣을 말리고 나서 말했다.


"안 놀릴 거지?"

"글쎄- 보고."


에반의 푸른 눈에 장난기가 그득했다.


"흠- 뭐. 우리 집 알잖아. 나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개판이었어. 엄마 아빠는 매일 싸우고, 누나는 밖으로만 돌고, 아무도 나한테 신경을 안 썼어. 이미 엄마의 정신병이랑 아빠의 압박으로 지칠 대로 지쳤는데, 그때 성정체성 혼란까지 겪고 있었으니 정말 그때 죽을 뻔했어."


이번에는 에반 차례였다. 이삭이 말하며 살짝 입을 삐죽이자, 에반은 달래는 듯 이삭의 목 뒷덜미를 살살 주물렀다. 이삭은 눈을 감고 에반의 손길에 녹아내렸다.


"몇 번이나 말하려고 했어. 그치만 누나는 얼굴 보기도 힘들었고, 아빠도 매일 밖으로만 나돌고- 엄마한테도 말하려고 했는데, 그때 종교에 빠지신 거야. 친구들도 동성애를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어. 정말 이건 답이 없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

"그래, 그랬는데?"

"그때 남자애 하나를 봤어."


이삭의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에반도 눈치채고 주무르던 이삭의 뒷덜미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그래? 누구였는데?"

"아주 못된 놈이었어. 나를 들었다 놨다 하질 않나, 플러팅도 엄청 못하고- 내 앞에서 휴지를 뽑았다니까. 완전 멍청이에 바보였어."


에반이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참 이상한 놈이네! 그래서 받아줬어?"

"응, 안타깝게도 얼굴이 너무 잘 생겼더라고."


이삭도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리더니 에반의 입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래서 바보랑 사랑에 빠졌지."

"그래? 후회 안 해?"

"응. 바보는 맞지만 나한테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거든."


이삭은 말을 마치고 나른나른한 얼굴로 에반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기 줄리엣 역시 슬슬 졸린지 하품을 하며 이삭의 가슴팍에 발랑 엎드려 누웠다.


에반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열한 시 59분. 품속의 베비들은 이미 규칙적으로 새근새근 고른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에반은 이삭의 머리카락에 뺨을 갖다 비비며 오른손으로 줄리엣이 미끄러지지 않게 자세를 고쳐주었다.


손목에 찬 손목시계가 자정을 알렸다. 에반은 조용히 웃으며 이삭과 줄리엣에게 차례로 입을 맞췄다.


"Happy New Year, babies."


그러고 나서 에반은 등받이에 기대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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